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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서머싯 몸

수만가지 계획 중 예전부터 상상해온 하나의 계획.

‘누군가에게 인생의 지침이 된 책들을 읽어보자.’

그렇지만 또 애매한 사이의 인간관계에서 대뜸 인생 책이 뭐냐고 물어보기엔 부적절하니 상상만 하고 있었다.

여느 때와 같이 자극으로 가득한 숏폼을 넘기던 중 어떤 동영상인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그 영상에 달린 댓글이 인상깊었다.

『달과 6펜스』라는 이 책 제목과 함께 자신의 인생에 큰 방향이 된 책이었다는 내용이었는데
비록 그 사람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더라도 누군가의 인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힘이 있는 이 책이 궁금해졌다.

며칠 뒤 교보문고를 방문했을 때 마침 민음사의 대표적인 책들을 모아놓은 세션이 있었고, 눈에 바로 띈 『달과 6펜스』를 집어들었다.

상류층에 속해 있는 한 증권 중개인이 가지고 있던 평범한 삶을 모두 내려놓고 자신의 예술만을 추구하는 삶을 3인칭 시점으로 들려주는 이야기…

다가오는 느낌이 아예 없진 않았다.

평범한 일상을 포기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채우는 인생을 살기 위해 도전하는 내용은 수없이 많은 사람이 다루고 있고,
그 작품들을 접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인생에 대한 교훈을 준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만 느낄 수 있는 차별점은 무엇일까.

책이 쓰여진 시대상을 이해해야 할 필요도 있지만 스트릭랜드의 행동은 매우 극단적이다.

자신의 인생을 위해 사회인으로서 지녀야할 도덕적인 책임을 저버리는 것을 절대 서슴치 않는다.

이를 넘어선 뻔뻔함과 이기주의는 완벽한 나르시시즘의 소유자라고 느껴졌다.

마치 한없이 본인을 위한 자유를 주장하면서 어떠한 책임은 지려고 하지 않는, 내가 정말 싫어하는 무식한 사람처럼 보였다.

만약 자신의 생각을 끝까지 관철하는 사람이었다면 그나마 봐줄만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었을텐데
이마저도 마지막 부근에 이르러서는 자신이 버리고 왔던 가정을 다시 꾸리는 모습은 마치 극단적인 나쁜 예시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심지어 나이 차이가 매우 나는 어린 신부와의 재혼과 소설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희생적인 여자의 모습은 지금 우리나라 시대상과 큰 거리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책을 완독한 직후, 나는 그 댓글이 다시 떠오르면서 이해할 수 없다는 느낌을 먼저 받았다.

과연 서머싯 몸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혹시나 놓친 부분과 바라보는 다른 방향이 있지 않을까 나중에 2회독을 꼭 해야겠다고 다짐을 하기도 했다.

자신의 인생을 채워나가는 작품들은 분명히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다.

경제적인 안정과 물질적인 풍요를 내려놓고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채 살아가는 삶은
마치 캐릭터를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아 텅 비어있는 인벤토리를 하나하나 채워가는 RPG 게임과 같이 느껴지고,
얻게 되는 물건 하나하나가 가치있고 의미있게 느껴질 것 같다.

남들에겐 하찮다고 여겨지는 이런 물건을 하나하나 모아가며 살아가는 삶도 굉장히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자신이 추구하는 것을 하며 살아가는 인생이라…

상상과 현실은 분명히 다르듯이, 그렇지 못한 날이 더 많고 불안정한 생활은 고단함을 수반할 수 밖에 없겠지만 누구나 꿈꿔보는 낭만이 있다.

무턱대고 좋아하는 것만 하며 살아갈 수는 없는 세상이지만
좋아하는 것을 찾지 못한 채 남들이 하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 세상에서
자신의 삶에 대해 항해하는 틀을 생각해보는 기회를 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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