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민트』 백온유

『페퍼민트』
백온유
창비
출판일 2022-07-25
1회독 2025-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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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은 없다.
사건의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해원의 엄마는 분명 악역에 가까운 인물이다.
사회적 약속인 법을 지키지 않았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줬다.
하지만 그녀 역시 자신의 가족을 최우선으로 생각했기에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잘못에 대한 처벌을 받아들이고, 법과 사회적 규범을 넘어선 도리까지도 다했다.
또한, 선을 넘어서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질타 속에서 이를 악물고 끝까지 가족을 지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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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프록시모 환자 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입고, 결국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시안의 엄마.
아내를 간병하며 딸을 키워내기 위해 아득바득 일하고,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지고 있는 시안의 아빠.
자신보다도 엄마를 우선순위에 두며 학창 시절을 보내고 있는 시안.
아무것도 모른 채 부모님께 이끌려 다니며, 뒤늦게 죄책감을 안게 된 해원.
부모님과 동생 사이에서 갈등하며, 결국 가족을 우선하는 선택을 했던 해일.
이들을 두고 악인이라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각자가 처한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했고,
그 선택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었을지라도, 그것이 의도적인 악의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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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건으로 인해 모두가 불행해야 한다는 현실이 씁쓸하게 다가왔다.
특히 결말에 이르러 시안의 가족의 상황은 결코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나빠졌다고도 볼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을 때, 씁쓸함과 함께 슬픔이 느껴졌다.
현실 속에서도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무거운 책임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고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