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모노』성해나

『혼모노』
성해나
창비
발행일 2025-03-28
1회독 2025-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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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어떤 책을 읽어볼까
한가한 이번 주말에도 어김없이 서점에 찾아갔다.
베스트 셀러 책들로 채워진 진열대를 둘러보며『고래눈이 내리다』가 15위 언저리에 새로 진열된 걸 보고
‘나뿐만 아니라 꽤나 많은 사람들이 한 주간 읽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번 주에 이어 스터디셀러의 책보다 최근에 출간된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선택한 책이 이 『혼모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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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
첫 단편 소설인 ‘길티 클럽’을 읽으면서도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작가가 나와 같은 젊은 세대이거나, 젊은 세대의 트렌드를 명확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영화, 뮤지컬, 연예인 등등 어떤 한 문화 활동에 있어서 흔히 말하는 팬심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그리고 어떻게 작용하는 지에 대해 현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어서
읽는 나에게 큰 몰입감과 공감, 이로 인한 재미를 함께 가져다주었다.
‘그들이 낄낄댈 때마다 얼굴이 점점 굳어갔다.’
30p
이 단편 소설에서 나로 하여금 깊은 생각을 가져다 준 첫 번째 주제는 ‘문화의 갈라파고스화’이다.
00년대 초반의 문화생활은 월드컵이나 KBO처럼 메이저한 문화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현재는 문화의 세분화가 극도로 진행되었다.
예를 들어, 컴퓨터 게임이라는 큰 범주 내에서 플랫폼과 장르에 따라 나뉘어지고,
다시 특정 게임에 대한 세분화와 그 게임 내에서조차 플레이 모드와 성향에 따라 나뉘어진다.
연예 문화조차, K-Pop이라는 큰 범위 내에서 음악적 장르로 먼저 나뉘어지고,
그 안에서 좋아하는 특정 그룹과 특정 연예인, 또 그 안에 찍덕, 팬튜브 등 더 세분화가 이루어진다.
이런 세분화는 곧 폐쇄성을 불러오며 타 집단에 대한 배척까지 이어진다.
이로 인해 이 세분화 속에서도 같은 성향을 가진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려고 한들
높고 두꺼운 벽 탓에 진입하지 못하고,
스스로 고립되기를 선택한 아주 작은 섬은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스스로 자멸한다.
‘길티 클럽’ 역시 한 영화감독의 팬클럽 사이에서도 좋아하는 작품과 그 사이에서 보다 열성적인 팬들이 모인 집단이었고,
주인공이 그 섬에 다가가려 했을 때 한 번 벽에 부딪혔고, 또 다시 나아가려고 노력해서 섬에 다다른 듯 했지만
결국 배척당하며 결코 다다른 적이 없음을 깨닫는다.
상황에 익숙해지자 골을 뒤흔들던 악취도 서서히 사그라드는 것 같았다.
64p
단편 소설이 내게 던지는 두 번째 질문은 ‘창작자, 그리고 작품의 독립성’이다.
해외와 비교했을 때 특히 우리나라에서 심하게 발생하는 경향성이라 생각하는데
한 아티스트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사람의 작품과 작품성을 함께 짓밟는 경우가 많다.
물론, 나 역시 아티스트의 범법 행위를 무조건 눈감거나 정당화할 생각은 없다.
다만, 아티스트의 예술적인 재능과 그 재능이 담긴 작품마저도 더러운 폐기물 취급을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
특히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을 때 평소 아티스트 혹은 그 분야에 대해 관심도 없는 사람들까지 몰려들어서
마녀사냥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 가관이라고 여겨진다.
이러한 마녀사냥은 심지어 범법 행위에 대해 명확한 사실여부가 밝혀지기 전에도 일어나는 경우가 많으며
사실여부가 밝혀져 잘못된 마녀사냥이었다는 것이 함께 밝혀질 때면 이미 사람들의 관심에서 잊혀져있다.
결국 한 아티스트만 사람들의 가십거리로 소비되었을 뿐이다.
길티클럽에서의 김곤은 범법 행위를 저질렀고, 그것을 감싸주는 팬클럽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하지만 한순간에 눈을 가리고 있던 손을 치우고, 극찬하던 작품마저 신랄하게 까내리는 주인공을 보며
과연 이 사람은 예술을 예술로 바라본 적이 한 번이라도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주었다.
단편 소설의 제목에도 함께 있는 ‘호랑이 만지기’ 행위 역시,
초반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경쓰지 않는 악취에 역겨움을 느끼며 호랑이를 만지는 행위를 나쁘게 바라보았지만
사람들에게 등 떠밀려 만지는 순간 대중에게 동화되며 역겨움을 전혀 느끼는 주인공을 보여주며
예술의 분야를 넘어 사회 전반에 걸쳐있는 대한민국 국민성에 대한 비판이 느껴져서 좋았다.
튀는 못은 망치에 맞는다 할지라도 옳고 그름에 대해 자기만의 주관을 가져야 하고,
예술을 예술로 받아들이는 이런 당연한 태도를 가지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