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elier Notes

하울림: 아림의 시간

보통 앨범에 실려있는 부클릿이라고 하면 사진집과 같이 앨범 컨셉에 맞는 아티스트의 사진만 있다.

하지만 윤하의 최근 리패키지 앨범에는 가사와 함께 15페이지 분량의 짧은 글이 있었다.

앨범에 대한 이해도 없이 처음에 읽었을 때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아주 조그마한 이해도가 더해졌을 때 그 내용이 이해되면서 커다란 흥미가 되었다.

스토리를 이해함으로써 트랙리스트와 수록곡에 대한 재미도 더해져 노래를 듣는데에도 시너지 효과를 보여줬다.

윤하가 직접 이 짧은 글을 썼다는 점에 놀라기도 하고 짧은 분량에 대한 아쉬움도 남았다.

그래서 이번 전시회가 공개되었을 때 스토리가 이어진다는 말을 어렴풋이 듣고 벅차오르는 기대감을 도저히 감출 수 없었다.

그래서 전시회 예매가 시작되었을 때 선착순이 아님에도 내가 서울에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날로 예매를 하고 다녀왔다.

“국내 유일의 보타니컬 아트 그룹인 TEAMBOTTA는 2017년 [보타니카: 퍼플엘리펀트]를 시작으로
살아있는 꽃, 나무 그리고 식물 등을 소재로 각 분야 아티스트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공간과 독특한 향, 그리고 고유의 사운드 디자인과 프로젝션 맵핑을 통해
오감을 자극하는 체감형 전시를 선보여 왔습니다.”

전시회의 기억을 다시 떠올려보면 가장 먼저 피톤치드 향이 떠오를 정도로 오감을 자극하는 체감형 전시를 부분은 충분히 공감된다.

Intro푸른 그을음의 공간은 지하 2층에서 진행된 전시임에도 불구하고 원목으로 가득채워져있었고,
스케일에서의 감탄과 함께 앞으로의 공간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전시회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팀보타의 정체성이 확실히 느껴졌지만 회색의 시간으로 넘어온 순간 정체성의 한계 역시 확연히 보였다.

예술이라도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기에 표현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채울 수는 없었고,
일부 요소만 채워넣은 채 나머지는 감상하는 사람들에게 의존하는 듯한 전시의 여백은 스토리에 몰입하기엔 턱없이 모자랐다.

작품을 통해 감상하는 사람이 답을 도출해나가는 것이 아닌 이미 정답으로 존재하는 스토리를 표현했다기엔 그 표현력이 너무 아쉬웠다.

무엇을 표현하는 지 알지 못한 채 출구의 MD판매공간에서 이번 [하울림: 아림의 시간]의 초안 일러스트를 마주하고 나서야 비로소 각 요소가 무엇을 표현하려는지 알 수 있었다.

전시 포스터 중 하나이기도 했던 숲이 되어버린 지하철은 굉장히 기대했던 공간 중 하나였는데 인트로를 구성하려다가 삭제된 공간이었을까

유토피아의 물이 가득하던 지하철과 오버랩이 되어 인상이 깊었고 그만큼 기대가 되었는데 그 공간을 찾아볼 수 없어 너무나도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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