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스물, 하나
윤하 정규 5집 「RescuE」
발매일 : 2017. 12. 27.
Track 10. 답을 찾지 못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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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의 마침표를 찍는 졸업논문 디펜스.
디펜스가 끝나고 다시 마주한 현실은 2년 전의 막막함으로 여전했다.
남들이 하는대로 공부했고, 성적 맞춰 학과 대학을 골랐고,
대학원을 많이 가는 학과라길래 대학원도 당연하게 생각했다.
그렇게 ‘남들 하길래’의 길을 쭉 걸어오다보니 이제 어디로 나아가야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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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 복학했을 때 느꼈던 막막함과 비슷했는데 그 때와 다른 점은 분명 있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조바심으로 지금의 감정을 소모하는 것을 줄이고,
남들보다 뒤처지더라도 지금 순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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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눈에 들어온 건 윤하의 2024년 스무번 콘서트 예고였다.
윤하 사진과 함께 예전에 피드에 조심스레 남겨 두었는데
복학을 했던 5-6년 전에도 나는 윤하의 노래를 들으며 큰 위로를 받았었다.
나는 그 때와 비슷한 이유로 위로가 필요했고,
그리고 이내 2024년의 목표가 생겼다.
‘스무 번의 윤하 콘서트를 모두 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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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둘
윤하 정규 6집 「END THEORY : Final Edition」
발매일 : 2022. 03. 30.
Track 03. 물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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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주 간격으로 이어졌던 여섯 번의 콘서트.
콘서트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공간감과 귀를 찌르지 않는 웅장한 사운드는 가슴 벅찬 설렘 그 자체였다.
여기에 음원에선 느낄 수 없는 보컬의 무게감과 라이브 실력은 설렘을 넘어선 소름 돋는 감동이었다.
모든 걱정 고민을 잠시 서랍 속에 우겨넣고, 그 순간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여러 지역에서 진행되었던 콘서트 덕에 콘서트뿐만 아니라 그 지역들을 돌아다니며 여유를 즐길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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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콘서트 일정이 다가올 무렵 지금 다니고 있던 회사의 공고가 올라왔다.
마음 속에 여유가 가득했기 때문일까 각 전형을 준비하는데에도 커다란 조바심은 느껴지지 않았고,
여기에 행운도 가득 더해져 준비한 것 이상으로 결과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마지막 여섯 번째 콘서트를 며칠 앞둔 날엔 합격 통보를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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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우연이 겹치는데 어찌 의심을 할 수 있을까.
더 이상 남들의 속도에 맞춰가려 무리하지 않고 여유와 게으름을 가지며 살아가는 게 방향성이 되었다.
그리고 노래가 주는 힘을 더더욱 믿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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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셋
윤하 정규 7집 「GROWTH THEORY」
발매일 : 2024. 09. 01
Track 05. 로켓방정식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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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가 가득한 요즘 기존과는 결이 다른 고민이 생겼다.
이제 안정적인 직장도 생겼는데 뭘 하며 인생의 페이지를 채워가야 할까.
분명 다른 평균적인 사람들에 비해 다양한 취미를 가지고 있는데도 그 중심이 되는 무언가를 찾지 못했다.
이번에도 조바심은 없다.
지금 순간순간을 채워나가다보면 어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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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학 후 나온 윤하의 정규 5집 ‘RescuE’은 세상에 헤메이는 어두운 노래들로 구성되었고,
대학원 다니면서 미지의 행선지에 다가가는 정규 6집 ‘End Theory’가 나왔다.
그리고오늘 발매된 윤하의 정규 7집 ‘Growth Theory’는 희망과 도전을 가득 담은 노래들로 구성되어 있다.
내가 윤하라는 종교를 믿게 된건지,
그로인해 발매되는 앨범 분위기에 맞춰 인생을 살고 있는지
아니면 이 또한 우연의 연속인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지만 인생을 함께하는 반려 가수라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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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득한 여유 중 일부는 게으름으로 산화되어 꾸준히 해내지 못하는 일도 가득하지만
아무도 찾을 수 없는 홈페이지에도, 가끔씩은 아날로그 감성의 다이어리에도 조금씩 일상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데스크테리어를 하면서 잡지를 하나 샀는데 분기별로 이런 잡지 형태의 기록물을 만들어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1월 1일 혹은 매 달 1일, 아니면 매 주 월요일. 새로운 다짐을 시작하기 참 좋은 날이다.
그렇게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9-12월의 페이지로 구성된 잡지를 만들 꿈을 꿔본다.